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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장하게 생긴 부랄친구가 여장하면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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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이 또라이가 되고 또라이는 더 또라이가 된다는 곳이 군대잖아?
근면 성실하고 부처 같은 성진이도 예외는 아니었음.
성진이가 입대하기 반년 전에 사귄 연상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여자친구를 무슨 고려청자 다루듯이 극진하게 모시더라.
고등학교 때 여자한테 배신당한 것도 잊은 채 푹 빠져서는 헤어나오질 못함.

나는 없어서 몰랐는데, 여자친구 있는 애들은 휴가에 엄청 예민했음.
특히 ‘포상’ 휴가라는 말만 들으면 눈깔에 핏대까지 세우면서 달려들더라.
포상 휴가 싫어하는 군인이 없는 건 맞지만, 성진이까지 아수라 백작이 될 줄은 몰랐지.

갓 일병 되고 군대에서 첫 설 연휴를 보내고 있었는데,
행정반 방송으로 내일 오후에 장기자랑 하니까 각자 뭐 할지 준비하라더라.
에이 시발 누가 해. 하고 티비나 보려고 했더니 당직사관이 헛기침하면서 말함.

『내일 장기자랑은 대대장님도 오셔서 보니까, 무조건 참가해라. 2박 3일 포상 휴가 걸렸다.』

오, 시발. 저건 무조건 해야지! 라는 다짐과 함께 옆을 돌아보니까
성진이가 여자친구 사진을 골똘하게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라.
그리곤 부리나케 생활관을 나가더니 30분쯤 지나서 다시 돌아옴.
어디 갔다 왔냐고 물으니까 행정반 다녀 왔다고 하길래 왜 갔냐고 되물으니까
결의에 가득 찬 눈빛으로 면도기를 꺼냄.

“나 내일 장기자랑 나갈 거야.”
“어, 어. 근데 왜 이렇게 비장해?”
“춤, 출 거야.”

음치 박치 몸치 쓰리쿠션 성진이가 춤을 춘다는 말에 은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독려 해줬음.

“그래. 잘 해봐. 어차피 휴가는 내가 먹을 거니까~”

대꾸도 하지 않고 세면 바구니를 들고 나가는 성진이의 뒷모습이 예사롭지 않아서
나도 포상 휴가를 독점하기 위해 성대모사를 열심히 연습했음.
동기 중에는 하기 싫은데 억지로 시켜서 하는 애들이 절반,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본전 충이 절반. 선임들은 귀찮아서 대충할 게 뻔하니까
포상 휴가는 이미 내 손아귀에 있다고 충분히 만용 했지.

그리고 대망의 장기자랑 당일. 대대장이 왔다는 행정반 방송과 함께 2층 다목적실로 집합함.
전날 목이 쉬도록 연습했더니 진짜 목이 쉬어서 참가도 하기 전에 기권한 건 안 비밀.

하필이면 대대장이 내 옆자리에 앉아서 불편하게 구경하고 있었음.
그런데 장기자랑 끝나기 직전까지 성진이가 안 보여서 찾던 중에 스피커로 TT가 흘러나옴.

동기, 선임들 모두 이게 뭐야? 하면서 어리둥절하게 단상만 쳐다보는데, 별안간
다목적실 불이 한 번 꺼졌다가 켜지더니 단상 앞에 웬 군복 입은 여군이 짠! 하고 나타남.
긴 흑발 생머리에 전투복 상의를 배꼽까지 끌어 올리고는 새침한 표정으로 춤을 추기 시작함.
시발 ㅋㅋ 대대장도 존나 당황했는지 손짓으로 당직사관 불러서 물어봄.

“여군은 언제 불렀어? 쟤 누구야? 우리 연대에는 저런 애 없는데.”

당직사관이 뒤통수를 연신 긁으면서 나지막이 대답함.

“아. 여군이 아니라, 저희 포대 용사입니다.”

신문물 접한 구석기 원시인처럼 대대장 입이 쩍 벌어지더니 이내 유별나게 다시 물어봄.

“진짜 용사야? 맞아? 저 머리는 뭐야? 얼굴이 절대 남상이 아닌데?”
“아. 용사 맞습니다. 머리는 어제 전화로 부탁받아서 제가 가발 빌려서 준겁니다.”
“그래? 이거 참. 그래? 그럼, 쟤 휴가 1일 더 얹어서 3박 4일 줘.”

와 시발. 놀란 것도 잠시, 단상에서 춤추던 성진이가 손으로 TT 하니까
포대원 다 같이 박자에 맞춰서 “TT!!” “TT!!!” “TT!!!!” 떼창하기 시작함.
진짜 무슨 위문 공연 관람하듯이 동기, 선임, 심지어 간부들도 존나 열광하더라.
어지럽던 무대가 끝나고 대대장이 직접 성진이한테 가서 악수를 요청함.

“잘 봤다. 군 생활 어려운 건 없나? 있으면 대대장한테 와서 말해. 알겠지?”

잔뜩 굳은 성진이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드디어 SUV 타고 집에 가더라.
장기자랑이 끝나고 나서 포상 휴가증 수여식?이 있었는데,
포대장이 물개박수를 치면서 성진이를 칭찬함.

“정말 잘했다. 포대장은 진짜 트와이스가 온 줄 알았어.
대대장님은 3박 4일 주라고 하셨지만, 포대장이 1일 더 얹어서 4박 5일 줄게.”

포상 못 받은 용사들도 오히려 기립박수 치면서 성진이를 칭찬하더라.
진짜 될 놈은 뭘 해도 된다는 말이 새삼 와닿았음. 시발 거.
그 와중에 성진이 겨드랑이가 볼살처럼 매끈하길래 가까이서 자세히 봤더니
얼굴엔 또 뭘 발랐는지 새하얗더라. 입술도 선지를 처발랐는지 아주 걸그룹 그 자체더라고.

며칠 뒤, 행보관 특별 권한으로 성진이는 4박 5일 포상 휴가를 나갔음.
하지만 그 휴가를 끝으로 성진이는 여자친구와 다시는 만나지 못했지. 최후의 만찬 굿.
성진이가 상병이 되자마자 그 시벌련이 잠수함 이별 통보를 했거든.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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